2011.11.04 Joe

요즘 매일같이 운동을 하고 있다.

트레이너가 없을 때는 그냥 혼자서 트레드밀에 올라서 열심히 걷는 수준만 한다.

되도록이면 뛰지 말라는 말을 들어서이기도 하고.

그 외의 다른 운동은 예전부터 그랬지만 매력을 못 느낀다.


그런데 그런 트레드밀의 단점이 있다면

그 것은 단순한 반복 행동이라서 (걷기)

온갖 생각이 상당이 많이 난다는 것이다.


언제나. 걷고 있다보면 교내에 있던 헬스가 생각이 난다.

그 곳에서 역시 20분 뛰는 걸 운동의 전부로 여겼었는데

그런 나에게

트레드밀은 자신을 어느 곳에도 데려다주지 않아서 싫다고 했던 Joe가 생각나게 했다


열심히 걷다보면 Joe가 옆에서 나와 갇고 있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오른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발견한다.

혼자 피식 웃어버리기도 한다.

"Susan."하면서 불러줄 것만 같아서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트레드밀 대신에 교내에서 달리기를 선택했던 아이.

요즘에도 운동을 하고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그리고는 내 평생에 나와 가장 많이, 자주 스킨십을 하고 있는 듯한 내 트레이너 생각을 했다.

근데 내게 가장 많은 스킨십을 한 남자는 내 트레이너가 아니라 Joe라는 걸 깨닫고

 나도 모르게 옛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등하교길에 내 옆에서 걸었고

수업시간이면 내 옆에 앉아서 나를 괴롭혔고

방에서 같이 맥주도 마시고 수다도 떨고 영화도 보았다.

티격태격 장난치다가 나를 안아 올려서 흔들고 빙글빙글 돌렸다.

힘든 일이 있다고 하면 나를 꼬옥 안아주었다.

방심한 사이에 장난으로 볼에 입맞추어주는 아이였다.


조심스럽게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미소를 짓던 그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 옛날 생각들과 함께 트레드밀에서 걷노라면

애가 거쳐갔던 내 몸 구석구석에서 빛이 나는 것 같다.


Joe가 보고 싶다.

나를 위해 골을 넣어주겠다면서 골을 넣고는 기뻐했었다.

아주 보수적이었고 로맨틱한 것과는 거리가 조금 멀었지만

사랑스러운 말을 퍼부어줄 줄 알았고

든든한 체격으로 날 지켜줄거라고 믿게 함과 동시에

그 몸 때문에 공포를 느낄 일을 일체 만들지 않았던 아이였다.


내가 남았더라면, 우린 잘 될 수 있었을까.

내 트라우마 이야기를 듣고

다음에 보았을 때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 애를 기억한다.

그리고는 한달가량 후에 만난 그 아이의 표정을 기억한다.

반가움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웃는 얼굴로

그 때는 포옹을 해줄 엄두도 못 냈었던 아이가

시린 겨울에 나를 안아주었다.

다시 연락할 줄 알았다고 하면서...


보고 싶다.

정말 시린 겨울이 와도 보고 싶고.

온 몸이 녹아들어갈 듯이 더운 여름에도 보고 싶다.

걷고 또 걸으면서 Joe 생각을 한다.


수업을 녹음한 파일에서 Joe와 수다 떠는 내 목소라 들렸다. 

내게 장난을 치는 Joe의 목소리가 담겨있었다.

Joe를 이렇게라도 간직할 수 있어서 너무나도 다행스럽고 기쁘다.


Joe도 그랬으면 좋겠다.

사실은 애도 나를 참 좋아했었다고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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